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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이 있다면, 그건 아마 세노떼일 거야



멕시코에는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수영장 ‘세노떼(cenote)’가 있다. ‘세노떼’는 스페인어로 ‘신성한 우물’이라는 뜻으로, 석회암 암반이 함몰되며 지하수가 드러난 천연 샘이다. 옛 마야 문명에서는 이곳에서 종교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멕시코 곳곳에는 이런 세노떼가 3,000여 개 정도 남아있는데, 40~50m 정도의 깊은 수심 덕에 다이버들에게 인기가 많다.





 

여러 세노떼 중에서 우리는 ‘깔라베라 세노떼(calavera cenote)’와 세노테 카워시(cenote carwash)에 가기로 했다. 마침내 마주한 세노떼는 듣던대로 환상적이었다. 시리도록 푸른 물빛이 신비롭게 반짝였고, 수면 아래에서는 형형색색 신비로운 색깔의 열대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 닿기를 꿈꾸는 낙원이 있다면, 아마 여기가 아닐까.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이 한마음으로 수영을 하고, 햇볕을 쬐고, 동굴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끔은 다이빙을 시도하는 사람을 향해 환호를 보내기도 했고, 이내 이가 모두 쏟아져버릴 듯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누구라도 다이빙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길 풍경이었다. 다이빙대가 얼마나 높은지 가늠하러 올라갔다가 사람들이 보내는 환호에 취해 세노떼로 뛰어들었다. 쓰리, 투, 원, 풍덩! 생에 첫 다이빙이었지만 뛰어드는 발걸음에 망설임은 없었다. 바람이 볼을 스치고 차가운 물이 온 몸을 휘감는 그 짧은 순간, 나는 세노떼에 온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남은 날들을 모두 세노떼에서 보냈다. ‘오늘은 어느 세노떼를 갈까’ 고민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세노떼를 고르는 건 뷔페 음식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해가 머리 위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시간에는 내내 세노떼의 차가운 물을 드나들며 수영을 했다. 그러다 출출해지면 나가서 타코를 먹고, 다시 돌아와 세노떼를 즐겼다. 그곳에서 만난 모두가 우리의 친구였다.


 

등록일자 : 20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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